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국적 풍미! 짭조름하면서도 새콤하고,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는 ‘아도보’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국민 요리입니다. 마치 한국의 장조림이나 찜닭과도 닮아 있어 우리 입맛에 익숙하면서도, 식초와 향신료가 어우러진 조리법 덕분에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는 요리죠. 이국적인 향과 맛이 궁금하지만, 복잡한 재료나 기술 없이 집에서도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요리라 더욱 특별합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고, 가끔은 색다른 한 끼가 생각날 때도 있죠. 그럴 때 아도보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냄비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재료도 대부분 한국 마트나 집에 있는 것들로 충분하니까요.
무엇보다 아도보는 고기를 맛있게 오래 보관하는 방식에서 시작된 요리이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뒀다가 반찬으로 먹기도 좋고, 하루가 지나면 더 깊어진 맛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국적인 요리를 일상 식탁 위에 올려보는 특별한 경험을 준비해 보세요. 필리핀 현지의 가정식 감성을 그대로 담은 ‘아도보’,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봅니다.
목차
S아도보란? 필리핀 전통 요리의 유래
아도보 만들기 - 재료와 조리법
아도보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아도보란? 필리핀 전통 요리의 유래
어느 나라에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 나라의 날씨, 땅, 문화, 그리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손끝에서 빚어진 맛. 필리핀에는 ‘아도보’라는 음식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요리를 넘어, 많은 필리핀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일상과 정서를 담고 있는 음식이지요.
‘아도보’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절이다, 재우다는 뜻을 가진 단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요리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필리핀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었습니다. 필리핀은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기후이기 때문에,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기를 식초에 재워 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했고, 그 전통이 지금의 아도보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도보는 보통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재료로 합니다. 간장, 식초, 마늘, 월계수잎, 후추만 있으면 됩니다. 간단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기본적인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풍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마늘의 깊은 향, 식초의 부드러운 산미, 간장의 짭짤하고 구수한 맛, 여기에 은은하게 배어드는 월계수잎 향까지 더해지면, 누구라도 쉽게 손이 가는 밥도둑이 됩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아도보를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활용합니다.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바쁠 때 꺼내 먹기 좋고, 며칠이 지나도 맛이 덜하지 않아 실용성도 뛰어납니다. 냉장 보관 후에도 맛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경우도 많아, 그야말로 집밥의 정수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을 거쳐, 아도보는 지금도 필리핀의 주방 곳곳에서 끓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생활이, 한 사람의 기억이,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 아도보는 그런 요리입니다.
아도보 만들기 - 재료와 조리법
아도보는 재료가 특별하지 않습니다. 손에 익은 식재료들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에, 요리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조리 과정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우선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준비합니다. 기름기와 핏물을 제거하기 위해 한 번 물에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은 비린 맛을 줄이고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기를 깨끗하게 손질한 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얇게 썬 마늘을 볶습니다. 마늘이 노릇해지며 퍼지는 구수한 향은 아도보의 시작을 알립니다. 불은 너무 세지 않게, 천천히 볶아야 마늘 향이 기름에 잘 배어 나옵니다.
그다음, 손질한 고기를 넣고 중불에서 겉면이 익을 때까지 볶습니다. 고기가 살짝 익은 후에는 간장, 식초, 물, 설탕, 월계수잎, 후추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중불에서 약 20분간 조리합니다. 이때 식초가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간장이 깊은 맛을 더합니다. 설탕은 지나치지 않게 한 큰술 정도 넣어 감칠맛을 보완해 줍니다. 졸이는 동안 한두 번 고기를 뒤집어주면 간이 고루 배고 색도 고르게 익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뚜껑을 열고 약불에서 졸이는 과정입니다. 국물이 자작해지며 점점 진해지는 것을 지켜보면, 마음마저 묘하게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국물이 너무 많으면 밥에 올렸을 때 묽은 느낌이 들 수 있으니, 되직하게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간장을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간을 보면서 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됩니다. 아도보는 재료가 소박하더라도 그 조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시간과 향기가 결국 요리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며 만들어내는 이 한 그릇은, 혼자 먹어도 좋고 가족과 나눠 먹어도 좋은 그런 요리입니다.
아도보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완성된 아도보는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그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합은 역시 따뜻한 밥입니다. 짭짤한 간장 국물에 새콤한 식초의 풍미가 더해진 고기 한 조각을 밥 위에 올려 한 입 먹으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은 금방 사라집니다. 국물을 살짝 끼얹어 덮밥처럼 먹거나, 밥에 비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국물은 단순한 소스를 넘어서, 입맛을 살려주는 진한 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름기가 있는 음식인 만큼, 곁들임 음식은 상큼하거나 담백한 것이 좋습니다. 볶은 야채를 함께 내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반숙으로 지진 계란 프라이는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줍니다. 노른자를 톡 터뜨려 국물과 섞어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또 하나의 추천은 필리핀식 피클인 ‘아차라’입니다. 파파야나 채소를 절여 만든 이 피클은 단맛과 산미가 조화를 이뤄 아도보의 맛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음료와의 궁합도 중요합니다.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권합니다. 산뜻하면서도 깔끔한 와인이 짭조름한 아도보와 잘 어울립니다. 맥주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조합입니다. 무알콜로는 라임을 넣은 탄산수나 진한 아이스티도 잘 어울립니다. 음식을 더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이 됩니다.
아도보는 혼자 먹는 식사에도,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하는 자리에도 어울리는 요리입니다. 정성이 느껴지면서도 부담 없고,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맛.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국적인 특별함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일상 한 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오늘 저녁, 평범한 식탁 위에 아도보 한 접시를 올려보세요. 필리핀의 따뜻한 풍경이 그 안에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