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작은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그 향을 따라가다 보면, 유리 진열장 안에 반짝이는 황금빛 타르트를 가득 쌓아 둔 작은 제과점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포르투갈의 대표 디저트, 파스텔 드 나타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한 이 작은 페이스트리는 한 입만 먹어도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마법 같은 맛을 자랑합니다.
리스본을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거리 곳곳에서 갓 구워진 파스텔 드 나타를 손에 들고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즐겼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차 있어, 한 입 깨물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식감이 잊히지 않죠.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여행의 감성을 담은 한 조각의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맛을 꼭 리스본에서만 즐길 필요는 없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파스텔 드 나타! 오늘은 그 유래와 매력, 그리고 집에서 완벽하게 재현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목차
파스텔 드 나타란? 그 황금빛 바삭함의 비밀
파스텔 드 나타, 집에서 완벽하게 만들기
다양한 변형 레시피 & 곁들이면 좋은 음료
파스텔 드 나타란? 그 황금빛 바삭함의 비밀
작은 타르트 하나에 담긴 시간의 무게는 꽤 묵직합니다. 처음 이 디저트를 맛보았을 때,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속은 달콤하고 부드럽게 입안에 퍼졌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엔 낯선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햇살 가득한 리스본의 좁은 골목, 오렌지색 지붕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그 바람결에 묻어온 건 이 파스텔 드 나타의 구수한 냄새였습니다.
이 작은 타르트는 사실 수도원에서 태어났습니다. 18세기 포르투갈 수도원에서는 달걀흰자를 빨랫감 풀로 쓰기 위해 수없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은 노른자들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수녀들이 만들어낸 게 바로 이 디저트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활용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맛은 정교해졌고, 결국 하나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수도원이 문을 닫은 뒤, 이 레시피는 리스본의 벨렝 지역에 있는 한 제과점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매일같이 구워내고 있습니다. ‘파스텔 드 벨렝’이라는 이름으로요. 유난히 붐비는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누구든 그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파스텔 드 나타가 가진 매력은 단순한 맛에 그치지 않습니다. 겉은 고온의 오븐에서 구워져 얇게 층층이 쌓인 페이스트리가 바삭하게 익고, 속은 부드러운 커스터드가 가득합니다. 한입 베어 물면 겉과 속의 식감 차이에서 오는 쾌감이 참 묘합니다. 바닐라와 달걀의 풍미, 살짝 그을린 듯한 표면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쌉싸름함까지, 이건 단순히 단맛만 있는 디저트가 아닙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작은 타르트 하나는 커피와도 찰떡궁합입니다. 특히 진한 에스프레소와 함께라면 그 풍미가 배가됩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크림과 커피의 쌉싸름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어느새 한 잔 더, 한 조각 더 손이 가게 됩니다. 작지만 충만한 만족감. 그래서일까요?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머릿속엔 어느새 포르투갈의 햇살이 떠오릅니다.
이제 그 매혹적인 파스텔 드 나타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파스텔 드 나타, 집에서 완벽하게 만들기
처음엔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준비는 간단하고, 몇 번만 해보면 금세 익숙해집니다. 무엇보다 오븐에서 막 꺼낸 따끈한 파스텔 드 나타를 집에서 맛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먼저 재료부터 준비해야겠죠. 냉동 페이스트리 생지 한 팩, 달걀노른자 넉 개, 설탕, 우유, 생크림, 바닐라 익스트랙, 옥수수 전분이 필요합니다. 선택사항으로 레몬 껍질도 조금 준비하면 향이 한층 풍부해집니다. 이 재료들만 있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커스터드 크림을 만드는 일입니다. 냄비에 우유와 생크림, 설탕, 옥수수 전분을 넣고 약불에 올려 천천히 저어줍니다. 끓기 직전에 불을 끄고, 거기에 달걀노른자와 바닐라를 넣어 섞어주세요. 이때 레몬 껍질을 살짝 갈아 넣으면 은은한 향이 더해집니다.
이제 반죽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냉동 생지를 꺼내 실온에서 말랑하게 만든 뒤, 머핀 틀 크기에 맞게 잘라 넣습니다. 얇게 펴는 것이 중요해요. 두꺼우면 구웠을 때 바삭함이 떨어지고, 너무 얇으면 터질 수 있으니 적당한 두께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 크림을 반죽 위에 가득 채우고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습니다. 굽는 시간은 대략 15분에서 20분. 표면이 노릇하게 익고 가장자리가 살짝 타들어갈 듯 구워졌을 때 꺼내면 됩니다. 오븐 안에서 크림이 몽글몽글 부풀다가 다시 가라앉는 모습은 참 매력적입니다.
조금 식힌 뒤, 시나몬 가루나 슈가파우더를 살짝 뿌려 마무리하면 완성입니다. 크림 농도는 살짝 걸쭉한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에요. 너무 묽으면 페이스트리 사이로 흘러내릴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 오븐 안에서 고루 익히려면 중간에 팬을 한 번 돌려주는 것도 좋은 팁입니다.
조금의 정성과 기다림만 있으면, 집에서도 리스본 거리의 그 바삭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곁들이기 좋은 음료와 응용 레시피
파스텔 드 나타는 단독으로도 훌륭하지만, 음료와 곁들이면 그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특히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은 거의 공식처럼 여겨집니다. 커스터드의 단맛을 커피의 쌉싸름함이 눌러주면서 입안에서 균형을 만들어줍니다. 한 입 먹고 한 모금 마시면, 금세 입안이 다시 깔끔해지고 다음 조각을 자연스럽게 집게 됩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시원한 커피도 잘 어울립니다. 달콤한 디저트에 찬 음료의 청량함이 더해지면, 무더운 여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요. 특히 오후 시간이 살짝 처질 무렵, 커피 한 잔과 파스텔 드 나타 하나면 기분이 꽤 달라집니다.
조금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포트 와인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포르투갈의 전통 와인인 포트 와인은 단맛이 꽤 강한 편인데, 오히려 파스텔 드 나타와 함께 먹으면 둘 다 더 깊은 맛을 드러냅니다. 달콤함이 겹치지 않고 서로를 살려주는 느낌이랄까요.
가벼운 음료로는 레몬 티도 좋은 선택입니다. 상큼한 레몬 향이 크림의 무거움을 덜어주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따뜻한 레몬 티는 겨울철 파스텔 드 나타와 제법 잘 어울립니다.
또한, 이 기본 레시피를 살짝 응용해 초콜릿이나 코코넛 크림을 넣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파스텔 드 나타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속재료만 살짝 변형해보는 거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가족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도 이 디저트의 매력입니다.
이렇게 작은 타르트 하나가 테이블 위를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달콤한 여유, 파스텔 드 나타가 바로 그런 순간을 선물해줍니다. 오늘 오후, 집에서 구운 파스텔 드 나타 한 조각과 따뜻한 음료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