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로방스의 대표 요리, 라따뚜이!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햇살이 가득한 주방에서 신선한 채소를 썰고, 올리브 오일에 볶아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색색의 채소가 어우러져 풍미를 더하는 라따뚜이는 건강하면서도 우아한 프랑스 가정식입니다. 영화 속 셰프가 선보이는 화려한 플레이팅으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입니다. 오늘은 정통 프랑스식 라따뚜이를 간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라따뚜이란? 프랑스 남부의 햇살과 바람이 담긴 따뜻한 채소 요리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정통 라따뚜이 만들기
라따뚜이, 더 풍성하게 즐기는 생활 속의 작은 팁들
라따뚜이란? 프랑스 남부의 햇살과 바람이 담긴 따뜻한 채소 요리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요리입니다. 정해진 모양이나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제철 채소를 한데 넣고 볶거나 졸여내는 아주 소박한 방식이죠. 원래는 농부들이 밭에서 막 수확한 채소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만든 일종의 부엌 요리였습니다. 다듬어진 가지, 잘게 썬 애호박, 붉고 노란 피망, 토마토와 양파, 마늘까지. 그저 있는 재료로 볶아내던 이 음식은 어느새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강식이 되었습니다.
라따뚜이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프랑스어로 ‘휘저어 섞는다’는 뜻의 단어와 ‘잡탕’을 뜻하는 단어가 합쳐진 말이라고 하니, 그 자체로 자유로운 조리 방식이 잘 드러납니다. 특별한 재료 없이도 채소 본연의 단맛과 신선한 향이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에,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을 냅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들이 서로의 맛을 더욱 잘 흡수해서, 하루쯤 지나 먹으면 훨씬 부드럽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가공된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라따뚜이는 오히려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한 요리입니다. 손수 채소를 썰고, 올리브 오일에 하나하나 볶아내며, 무심하게 지은 듯하지만 정성이 배어 있는 한 그릇. 그 속에는 프랑스 남부의 햇살과 향긋한 허브 향, 그리고 느긋한 삶의 속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루의 끝에 따뜻한 빵 한 조각과 함께 먹는 라따뚜이는, 그 어떤 화려한 음식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리가 되어줍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정통 라따뚜이 만들기
라따뚜이는 손이 많이 가는 요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복잡한 과정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료의 신선함과 순서를 지키는 정직한 조리 과정입니다. 이 요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데, 하나는 큼직하게 썰어 졸이는 전통 스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얇게 썬 채소를 원형으로 정리해 오븐에서 구워내는 방식입니다. 어떤 방법이든 각 채소의 특성과 향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전통 방식은 먼저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때 불 조절이 아주 중요합니다. 너무 센 불에 볶으면 향은 날아가고 채소는 타기 쉽습니다. 양파가 반투명해질 무렵 가지와 애호박, 피망을 넣고 천천히 익혀줍니다. 다진 토마토를 넣고 불을 약하게 줄이면,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소스를 만들어냅니다. 간은 소금과 후추만으로도 충분하며, 마지막에 허브를 살짝 뿌려주면 향긋함이 배가됩니다. 이렇게 만든 라따뚜이는 채소 본연의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맛이 납니다.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은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채소를 얇고 일정하게 썰어야 하고, 베이킹 접시에 다진 양파와 마늘을 먼저 깔고 나서 채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모양을 신경 써서 배치하면 구운 뒤 시각적으로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35분가량 익히면,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라따뚜이가 완성됩니다. 한입 베어물면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기분 좋은 온기가 퍼집니다.
채소는 최대한 얇고 일정한 두께로 썰어야 고르게 익습니다. 베이킹 중간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덧발라주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접시 바닥에 양파와 마늘을 깔아두는 것도 중요한데, 이 덕분에 바닥까지 향이 살아나고 채소가 바삭하게 굽히지 않고 촉촉하게 익습니다. 라따뚜이는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힐링이 됩니다. 조리 중 풍겨 나오는 향, 팬에 스며드는 채소 색감, 오븐 안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복잡했던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라따뚜이, 더 풍성하게 즐기는 생활 속의 작은 팁들
라따뚜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메인 요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음식과 곁들이면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바게트나 치아바타 같은 빵 위에 얹어 먹으면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되고, 스파게티나 펜네와 함께 파스타 소스로 활용하면 신선한 점심 한 끼가 됩니다. 담백한 닭가슴살이나 구운 생선 위에 올려서 함께 먹으면 채소와 단백질이 어우러져 더 건강한 식사가 되지요.
라따뚜이는 특히 숙성된 맛이 매력이라서, 전날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데워 먹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소끼리 맛이 배어들어 훨씬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바쁜 시간이라면,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두면 편리하면서도 맛있는 한 끼가 됩니다.
와인과의 궁합도 무척 좋습니다. 특히 너무 무겁지 않은 화이트 와인이나 산뜻한 로제 와인이 라따뚜이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나 혼자 보내는 조용한 주말 밤, 한 잔의 와인과 따뜻한 라따뚜이 한 그릇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직접 만든 음식을 차려 놓고 여유 있게 한 숟가락 떠먹는 그 순간은, 삶이 줄 수 있는 가장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플레이팅에도 약간의 신경을 쓰면 식탁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원형 구이 방식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에, 접시에 담기만 해도 근사한 한 접시가 됩니다. 스튜 스타일은 작은 볼에 담고 바질 잎이나 파르메산 치즈를 살짝 뿌려주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가끔은 라따뚜이를 닭다리살 스테이크 위에 살짝 올려 접시에 담아내면, 특별한 날에도 어울리는 훌륭한 요리가 됩니다.
라따뚜이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들 때 드는 정성과, 먹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은 그 어떤 요리보다도 깊습니다.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천천히 끓이고 볶아낸 라따뚜이 한 그릇은 복잡한 하루 속에서도 마음을 달래주는 작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오늘 하루가 지쳤다면, 조용히 주방에 서서 채소를 썰고 볶으며 나만의 라따뚜이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입맛에 맞는 채소로 채운 한 그릇은 꽤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