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리, 에스카르고. 달팽이에 버터와 마늘, 파슬리 소스를 곁들여 오븐에 구운 이 요리는 고소하면서도 풍미가 깊어 많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한국에서 이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달팽이라는 재료 자체도 생소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제안을 드려보려고 해요. 바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골뱅이를 활용한 ‘에스카르고 스타일 요리’입니다. 쫄깃한 식감의 골뱅이와 고소한 마늘 버터가 만나면 전혀 다른 풍미가 탄생하거든요. 재료는 친숙하지만, 맛과 비주얼은 진짜 프랑스식 요리 못지않아요.
와인 한 잔이 생각나는 저녁, 골뱅이 하나로 감성 가득한 프렌치 요리를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
목차
골뱅이 에스카르고, 이런 요리예요
재료와 만드는 법 –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고급 요리
골뱅이 에스카르고, 이렇게 즐겨보세요
골뱅이 에스카르고, 이런 요리예요
한 번쯤은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조그마한 접시에 올려진 ‘에스카르고’를 본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소하고 짭짤한 마늘 버터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포크로 작은 조개처럼 생긴 그것을 들어 입에 넣으면, 진득하게 녹아드는 풍미가 혀끝에 남죠. 원래 에스카르고는 프랑스 귀족들의 식탁을 장식하던 달팽이 요리였습니다. 마늘과 버터, 파슬리로 만든 소스를 듬뿍 채워 오븐에 구워 내는 이 요리는, 외국에서는 고급 전채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달팽이를 요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재료가 드물고 손질도 복잡하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은 해외여행 중 레스토랑에서 접하거나,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감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발상을 바꾸면, 이 고급 요리를 훨씬 더 쉽게, 또 한국식으로 바꿔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골뱅이입니다.
골뱅이는 바다의 향기를 머금고 있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한입 베어 물면 안쪽에서 단단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동시에 느껴지죠. 마늘 버터와의 궁합도 뛰어나, 그 풍미는 결코 달팽이에 뒤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통조림으로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으면서도,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죠. 센스 있게 요리한다면, 와인 안주나 손님 초대 요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처럼 골뱅이 에스카르고는 ‘고급스럽지만 어렵지 않은 요리’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재료 하나로, 프랑스와 한국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특별한 요리죠. 느긋한 주말 저녁, 또는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접시 올려보세요. 그 순간의 분위기를 확실히 바꿔줄 수 있을 겁니다.
재료와 만드는 법 –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고급 요리
골뱅이 에스카르고를 만드는 일은 겉보기엔 복잡할 것 같지만, 막상 손을 대보면 의외로 단순합니다. 중요한 건 각 재료의 맛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감각입니다. 특히 마늘 버터 소스는 향을 살리는 핵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세게 볶지 않고 은근하게 끓여야 그 풍미가 살아납니다.
먼저 필요한 재료는 골뱅이 통조림 한 캔입니다. 물에 헹군 뒤 미끈거림이 사라질 때까지 깨끗이 씻고, 크기가 크다면 2~3조각으로 도톰하게 잘라줍니다. 얇게 자르면 씹는 맛이 줄어들기 때문에, 두툼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팬에 무염 버터 세 큰술을 녹이고, 다진 마늘 한 큰술을 넣어 중약불에서 천천히 볶습니다. 마늘이 익어가며 노릇해질 때쯤, 파슬리를 넣고 섞은 뒤 소금과 화이트 와인을 더해 한 번 끓입니다. 이때 파슬리 대신 잘게 다진 깻잎이나 대파의 초록 잎을 넣어도 향긋함을 더할 수 있습니다.
소스가 완성되면 손질한 골뱅이를 넣고 가볍게 볶습니다.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버터 향이 스며들 정도로만 데우듯이 조리하세요. 골고루 섞인 골뱅이는 이내 소스를 머금고 윤기를 뽐냅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오븐이 있다면 내열 접시에 옮겨 담고 파르메산 치즈를 약간 뿌려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5분 정도 구워주세요. 오븐이 없다면 팬에 치즈를 올린 뒤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히는 것도 좋습니다.
마무리로 레몬즙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느끼함이 확 사라지면서 입맛을 돋웁니다. 바게트는 얇게 썰어 팬이나 토스터에서 살짝 구운 뒤, 그 위에 에스카르고를 올려 한입에 넣어보세요. 고소함과 짭조름함, 향긋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그 맛은 정말 감탄이 나올 만큼 조화롭습니다. 손쉬운 조리 과정에 비해 결과물은 꽤나 근사한 요리가 완성됩니다.
골뱅이 에스카르고, 이렇게 즐겨보세요
골뱅이 에스카르고는 단순히 한 끼 식사로 먹기엔 너무 아까운 요리입니다. 전통적인 프랑스 감성과 한국적 재료가 어우러진 이 특별한 요리는, 분위기 있는 저녁 시간이나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특히 음료와 함께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나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마늘 버터의 깊은 풍미를 깔끔하게 잡아주며 서로의 맛을 끌어올립니다.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처럼 산미가 선명한 와인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보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로제 와인도 좋은 선택입니다. 부드러운 단맛과 화사한 색감이 요리와 어우러져, 식탁에 작은 낭만을 더해줍니다.
놀라운 건 한국 술과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청량한 막걸리나 깨끗한 청하와도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합니다. 골뱅이 무침과 막걸리를 함께 먹을 때의 조화로움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마늘과 버터, 해산물의 고소함이 묘하게 한국적인 주류와 어울리는 이유는, 결국 재료가 우리의 입맛에 익숙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요리는 만들면서도 즐겁고, 먹을 때는 더 행복한 요리입니다. 단순한 골뱅이 통조림 하나가 조리법과 아이디어를 만나 고급 요리로 변신하는 경험은, 요리의 재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거창한 도구도 필요 없고, 복잡한 재료도 없지만, 정성과 감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근사한 한 접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 가끔은 이렇게 느릿한 요리를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평범한 저녁이 특별해지고, 식탁 위에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요. 오늘 저녁, 조금은 색다른 맛이 필요하다면 골뱅이 에스카르고에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